Right Drawing글

언젠가 점이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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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앞을 내다보며 점들을 이을 수는 없습니다. 뒤돌아볼 때에야 이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점들이 언젠가 어떻게든 이어지리라고 믿어야 합니다.

잡스는 대학을 그만둔 뒤 서체 수업을 청강했습니다. 그때는 아무 쓸모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10년 뒤 첫 매킨토시를 만들 때, 그 수업에서 배운 것이 아름다운 글꼴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저에게도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림입니다.

10년 넘게 찍은 점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도, 대학에 가서도 계속 그렸으니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입니다.

오래 그렸지만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보고 그리면 그럭저럭 되는데,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리려고 하면 손은 늘 익숙한 기호를 먼저 그렸습니다. 그리고 싶은 그림과 실제로 나오는 그림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져서, 2017년 무렵 그림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잠시 쉬려던 것이 몇 년이 됐습니다.

멈춘 뒤에도 남아 있던 질문

그림은 멈췄지만 질문은 남아 있었습니다. 왜 상상해서 그리면 기호가 나올까. 어쩌다 잘 된 그림은 어떻게 나왔을까.

돌아보면 잘 된 그림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던 선들 속에서, 어느 순간 그려야 할 선이 보였습니다. 그림은 머릿속에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종이 위에서 찾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개발자입니다. 그래서 그 질문을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 보기로 했습니다. 흐린 형체 위에서 선을 찾는 연습, 선을 긋기 전에 점을 먼저 찍는 연습을 만들었고, 그것이 Right Drawing이 됐습니다.

아직 이어지는 중

이 사이트를 만들고 나서야 조금씩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흐린 형체 위에 러프를 긋고, 그 안에서 선을 찾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 형체로 넘어갑니다. 몇 분이면 끝나고, 잘 그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고쳐 나가면서, 언젠가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그림을 그리던 시간과 개발을 하던 시간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는 것.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잡스의 말처럼, 점은 앞을 보면서는 이을 수 없으니까요.

Right Drawing에는 점찍기라는 연습이 있습니다. 무심코 선을 그으면 손에 익은 기호가 먼저 나오기 때문에, 긋기 전에 눈으로 그릴 선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선이 지나갈 자리에 점을 대충 찍어 둡니다. 선은 그 점들의 도움을 받아 긋습니다.

앞을 보며 점을 이을 수는 없다지만, 어떤 선을 긋고 싶은지는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선을 떠올리며, 지금 고치는 코드 한 줄과 다시 그리는 그림 한 장을 점으로 찍어 두려 합니다.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그 점들을 따라 선이 그어져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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