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부분은 열 살의 그림에 멈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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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으로는, 그림을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연습을 해도 상징체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머리는 동그라미, 눈은 아몬드, 몸은 막대가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 기호는 더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생각합니다. 조금 더 어릴 때 연습을 제대로 했더라면, 지금쯤 자연스럽게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알아보니, 이건 나이 때문에 굳어 버린 문제라기보다 대부분이 같은 자리에서 멈췄기 때문에 생기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열 살 무렵의 벽
아이들의 그림은 대체로 비슷한 순서로 자랍니다. 처음에는 끄적이고, 그다음에는 기호로 그립니다. 동그라미 하나에 선 몇 개를 붙이면 사람이 됩니다. 이때 아이들은 자기 그림에 꽤 만족합니다.
그러다 열 살 무렵, 진짜처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미술 교육에서는 이 시기를 흔히 사실 표현의 위기라고 부릅니다. 눈은 높아졌는데 손은 따라오지 못합니다. 그림이 놀이가 아니라 결과물로 평가받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자기 그림이 어색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챕니다.
많은 아이가 이때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나는 그림을 못 그려. 그리고 그림을 그만둡니다.
그래서 어른 대부분의 그림은 그만둔 그 나이에 멈춰 있습니다. 서른 살, 마흔 살이 그린 사람도 열 살이 그린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능력이 굳은 것이 아니라 연습이 거기서 끊긴 것입니다.
저는 그 벽 앞에서 그만두지 않고 10년 넘게 밀어 본 쪽이었습니다. 그래도 넘지 못했고, 결국 지쳐서 그림을 멈췄습니다. 그 벽이 얼마나 높은지는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그 벽을 넘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만약 많은 사람이 그 벽을 넘는다면
Right Drawing의 연습이 정말 효과가 있어서, 많은 사람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수 있게 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아직은 상상이지만, 근거가 있는 것부터 적어 보겠습니다.
보는 눈이 일에 쓰입니다
미국 예일대 의대에서는 의대생들에게 미술관에서 그림을 자세히 관찰하는 수업을 합니다. 2001년 발표된 연구에서, 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환자 사진에서 진단에 중요한 특징을 찾아내는 능력이 10% 가까이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여러 의대에 비슷한 수업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연습은 결국 아는 것 말고 있는 것을 보는 연습입니다. 의사뿐 아니라 과학자, 정비사, 디자이너처럼 있는 그대로 봐야 하는 모든 일에 그 눈이 쓰일 것입니다.
그림이 또 하나의 언어가 됩니다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소수의 것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글을 쓰게 되면서 생각을 남기고 나누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그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머릿속 장면을 설명할 때 말로 애씁니다. 손으로 쓱 그려 보일 수 있다면 회의도, 수업도, 아이와의 대화도 달라질 것입니다. 다빈치의 노트처럼, 그림으로 생각을 밀고 나간 사람들은 역사에 많습니다.
더 잘 기억합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연구에서, 단어를 글로 여러 번 쓴 사람보다 그림으로 그린 사람이 그 단어를 훨씬 더 많이 기억했습니다. 많게는 두 배가 넘었습니다. 이 효과는 그림 실력과 상관없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기를 겁내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 이 방법을 쓰는 사람도 많아질 것입니다.
"나는 그림을 못 그려"가 사라집니다
많은 사람이 열 살 무렵 붙은 이 딱지를 평생 지니고 삽니다. 그때 표현의 문 하나가 닫힌 셈입니다. 그 문이 다시 열린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AI가 그려 주는 시대에
지금은 누구나 문장 한 줄로 그럴듯한 그림을 얻습니다. 그런데도 직접 그리는 연습이 필요할까요.
저는 오히려 더 필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AI는 그림을 줄 수는 있지만, 보는 눈을 길러 주지는 않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가치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서, 보고 생각하는 데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Right Drawing이 잘 그린 결과보다 보는 과정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열 살에서 다시
예전에 사람들이 흔히 하던 말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 우뇌가 발달한다고요. 정확히는 한쪽 뇌를 따로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말이 가리키던 것, 아는 기호 대신 보이는 것과 그리고 싶은 것을 다루는 능력은 분명히 있고, 연습으로 기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열 살에 멈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잘 그리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몇 분 동안 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참고한 자료
- Dolev, Friedlaender, Braverman. Use of Fine Art to Enhance Visual Diagnostic Skills. JAMA, 2001.
- Wammes, Meade, Fernandes. The drawing effect: Evidence for reliable and robust memory benefits in free recall.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2016.
- Viktor Lowenfeld. Creative and Mental Growth. 1947. 아이 그림의 발달 단계를 정리한 책입니다.